https://m.blog.naver.com/pqrs1231/223610101906 글에서 가져왔습니다.
올 상반기 회사 다니며 아팠던 곳, 회사에서 그냥 싹 다 고치고 오라던 곳 중 하나가 이 곳이다. 왼쪽 고관절-> 햄스트링 -> 옆구리 -> 허리에 이어 왼쪽 턱관절. 왼쪽으로는 씹지도 못했고 뜨겁거나 차가운 건 얼씬도 못했다. 날 개조시키는 일 중 하나인 치과 진료가 한참 무르익었다.
30대, 그러니까 아이 초5까지 살던 부천으로 가야 했기에 눈 앞에 닥친 일로 떠밀린 치과. 오늘 세 번째 방문이다. 30대엔 오른쪽 아래 가장 끝 어금니가 부러져 임플란트를 했었다. 딱딱딱 아구 맞춰 씹기 위해 위 어금니도 도금 했다(올해 이 마저도 나가 떨어졌다).
나의 부부 주치의
일단, 문제가 발생한 왼쪽 턱주가리...
엑스레이 보니 금 갔다. 뜨거운 물과 찬 물 마신 후 통증 지속 시간 보니 신경치료가 절실한 상황. 오른쪽 턱관절 아플 때 30대에도 들었던 질문을 50이 다 되가는 지금 또 들었다.
" 이 악물고 사셨냐"고.
그땐 운동을 시작하기 전, 회사와 육아가 세상에 전부였다. 이 악물고 살 만 했다. 9년 만에 컴백한 치과 무대. 명예고 금전이고 이 악물고 악착 같이 산 것 같지 않은데... 운동도 무게 걸고 하지 않아 악 물 일이 없는데...
그러다 발견했다.
새벽에 깰 때 턱 알아차림! 딱 걸렸다. 이를 악 물고 있었던 것. 화들짝 놀라 윗니와 아랫니 사이를 갈라 놓았다.
"수면 중 이 악물기"
치아 건강에 최악인... 저널이나 논문에도 많이 언급된 바로 그 짓을 내가 했던 것(치과에 원장님이 자료로도 올려 주셨다).
시작이 반이라는데 난 원인을 알아야 반이 해결 된다. 분당에서 부천까지 온 혜택으로 두 번 올 걸 한 큐에 털어 주시는 게 있다. 30대 때는 입 속에 고인 침에 신경이 온통 쏠려 치과는 피하고 싶고 도망치는 곳이었다. 이젠 아니다. 내가 성장했음을 치과 치료로 알았다.
챠르르 챠르르 기계 소리는 파도처럼 들렸다. 지지지직 찍찍 기계 소리는 영화 필름 돌리는 듯했다. 콧구멍이 뚫린 건 왜이리 감사한지.
가장 끝 어금니라 최대로 입을 벌려야 한다. 원장님에 대한 배려로 있는 힘껏 찢어질 듯이 벌렸다. 무의식이 이를 앙 다물게 했는데 내가 언제 또 이리 사자처럼 벌려 보겠나. 90분 벌린 후 입을 다물고는 깜짝 놀랐다.
그동안 해온 게 뻘짓이 아니었구나.
아침 저녁으로 세수할 때 턱 주변 관절을 문지르고 꼬집고 눌렀던, 4년째 해 오던 그 짓이 이렇게 또 발휘되는구나.
영인이가 머물던 곳
몸은 추억이다. 몸은 USB 같은 기억 매체다. 내 몸을 돌아보고 알아차릴 때 지난 날의 필름이 하염없이 돌아간다.
온 김에 9년 전 영인이 흔적도 느껴 본다.
분당행 버스에 몸 실으니 이 한마디가 툭.
" 치과 여행 한 번 자알~ 했다!"
1년 농사 잘 지었다고 회사에서 받은 성과급이 병원 진료비로 허물을 벗는 중이다. 누렇게 익은 벼로 뿌듯해 하는 농부의 마음처럼 내 몸이 익어가는 비용으로 퉁 쳐 본다. 또 다른 성과로 거둬들일 돈인데 뭐.
* 원장님의 가치와 철학, 기술, 직원과의 협업, 깔끔한 시설, 배경음악이 내가 이 곳을 고집하는 이유다!